
재난 상황시 식수개발과 위생의 중요성
Why water & sanitation matters?
지난 1월 12일 서인도 제도 중앙부에 위치한 섬나라 아이티에서 규모 7.0 의 강한 지진이 발생했다. 이 강진의 여파로 수도 포르토프랭스 (Port-au-Prince) 인근의 대통령궁, 공항, 정부청사, 병원 등 대다수 주요 건물이 붕괘됐고, 공식 확인된 사망자 수가 23만 명을 넘어선 가운데 세계 각국에서 급파된 구호 단체 요원들의 재건활동이 발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이번 아이티 대참사의 경우 보건 위생 기반 시설의 파괴와 정부 기능의 마비로 이곳의 위생상태는 피해자들의 생명을 위협할 만큼 심각한 수준이다. 게다가, 30도를 웃도는 폭염으로 방치된 시체들과 각종 오염물질의 부패가 가속화되어 부상자들의 2차 감염 확산 조짐이 일고 있다. 그야말로 생지옥이 따로 없는 셈이다. 고(故) 이종욱 전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물과 위생은 공중 보건을 확립하는 첫번째 동력원이다.”라며 그 중요성을 늘 강조하였는데, 이는 분초를 다투는 재난의 현장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이처럼 물과 위생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분야를 전문용어로 Water and Sanitation (WATSAN) 이라 하며 긴급구호나 자연재난의 현장에서는 그 필요성이 꾸준히 증가되고 있다. 예를 들어, 홍수로 물이 범람하게 되면 주변의 수질은 급속도로 악화 되어 식수로 이용할 수 없게 되고, 지진 발생시 물리적으로 파괴된 인프라 시설은 수도관을 통해 더이상 물이 공급될 수 없음을 의미한다. 더욱이 이런 악조건 에 놓인 사람들은 피로, 영양 부족, 스트레스, 불안감 등의 요인으로 질병에 걸려 죽거나 아플 확률 몇 배로 높아진다.

이때 고도로 훈련받은 수자원 전문가들이 투입되는데, 재난의 형태와 그 규모등 피해 상황을 분석한후 다음과 같은 절차에 따라 대응책 방안을 수립한다. 물이 얼마나 필요한지 수요량 추산, 주변의 이용가능한 수자원의 확보 및 오염원의 확산 방지를 위한 수원 보호, 수질분석과 식수, 생활용수 등 사용용도에 따른 단계별 정수처리, 세부적인 물 공급 디자인, 마지막으로 저장 시설 및 보관 조건과 관련된 일련의 총체적인 계획을 세운다.
실행 계획은 우선순위에 따라 3단계로 이루어 지는데, 생명을 구하기 위한 초기 대응, 2~6주간의 단기적 대응, 6주 후부터 안정화 될 때까지의 장기적 대응으로 나뉘고, 이중 신속한 초기 대응이 가장 중요시 된다. 일례로 식수 부족은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데, 건물 잔해에 깔려 물을 공급받지 못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36시간이 지나면 탈수증세를 보이며 그에 따른 심한 부작용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충분한 양의 물을 공급하는 것 뿐만 아니라 세계보건기구 (WHO)의 식수 기준에 부합될 수 있도록 정수처리와 지속적인 수질 모니터링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일반적인 단기 대응책으로는 이미 깨끗하게 처리된 물을 특수한 차량으로 이송해 공급하는 방식이 많이 쓰이는데, 그 이유는 아주 간단한 정수처리 기법을 이용하는 경우라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물이 심각하게 오염되어 주변의 수자원을 이용할 수 없는 예외적인 경우, 큰 저장 탱크에 빗물을 모아 이용하거나, 바닷물을 끌어와 담수로 바꾸는 수처리 기술을 이용해 식수로 사용할 때도 있다.
그 밖에, 전쟁과 분쟁으로 폐허가 된 지역에서도 긴급구호 요원들을 쉽게 목격 할 수 있다. 고향을 잃은 대부분의 피난민들은 난민촌과 같이 번잡하고 열악한 위생 시설에서 거주하게 되는데, 이 사람들의 물과 위생 또한 WATSAN 전문가들이 책임지고 있다.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진 MSF 는 오지의 난민촌에서 의료 활동을 수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수술이나 진료시 필요한 깨끗한 물은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 환자들에게 있어 의료장비만큼이나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가끔 MSF 처럼 의료 단체에서 WATSAN 전문가들이 활동한다고 하면 의아해 하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인데, 한국에서는WATSAN의 개념이 상대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생소한 분야이기 때문이다.
서두에 밝힌바 물은 사람의 목숨을 살릴 수 있는 생명의 근원이자, 한편으로는 질병을 야기할 만큼 무서운 재앙으로 변할 수 있는 존재다. 이처럼 양날의 칼과도 같은 물을 매개로 긴급구호 현장에서 맹활약하는 WATSAN전문가들을 통해 이들이 인간의 고통을 달래기 위해 얼마만큼의 기여를 하는지를 조명해 봤다.

인간 존엄성을 상징하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대표적인 물, 지금 이 시간에도 깨끗한 한 목음의 물을 확보하기 위해 지구촌 곳곳의 재난 현장을 누비며 희망의 물줄기를 찾아 고군분투하고 있을 고마운 분들에게 힘찬 격려와 응원을 보낸다.
* 여기서 말하는 ‘위생’이란 일반적으로 화장실과 관련된 위생 시설을 의미한다.
글_김한철(UNDP, Water and Sanitation Specialist) 유엔개발계획 몽골지부 수자원 및 공중위생 전문가




당신의 의견을 작성해 주세요.
김한철 2010/03/17 15:16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제글 퍼가도 되죠? 새로 만드는 블로그에 퍼갈께요. 감사합니다.